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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

『버마 시절(Burmese Days)』 (조지 오웰, 문학동네, 2010/1934) - 시대를 초월하는 식민의 부당함

by 뚜루망 2012. 9. 1.


버마 시절

저자
조지 오웰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0-03-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의 위대한 실천 문학가 조지 오웰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 시리즈 : 열린책들 세계문학 103

- 페이지 : 395

- 판   형 : B6, 양장본 세계문학판 1쇄(2010.03.25)

- 읽은날 : 2012.8.19(일) ~ 8.31(금)

- 옮긴이 : 박경서


세번째 조지오웰, 그 설레임

『1984』의 충격과 감동으로 시작된 조지 오웰 파헤치기 세번째.

그의 생애 두 번째 작품이다. 그가 살아왔던 삶의 순서에 따르자면, 첫 번째 작품인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에서의 경험보다 먼저 겪었던 인도제국주의 경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 경험을 통해, 영국의 식민지 정책과 제국주의를 비판한 것이며. 그의 소설은 모두 정치와 제도의 불안,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우울함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비판하려 하는 것이 결코 80여년 전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만연하고 있는, 어쩌면 나의 삶에도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임을 깨닫게 해주어 그의 작품을 새롭게 읽기 시작할 때마다 서늘한 설레임이 생긴다.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전개

원어가 아닌 번역문이라는 점에서 그런 느낌(일상적인 상황에서 쓰는 말투가 아닌 연극같은)을 받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등장인물의 성격이 워낙 뚜렷하고, 공간적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했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한 편의 연극으로 치환하여 무대를 보고 있는 느낌을 계속 유지한 채 읽게 되었다. (물론, 영화라면 모를까 연극 무대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장소도 있다.)

『1984』에서처럼, 작품의 큰 줄기가 되어 처음과 끝까지 유지해내가는 소재는 (의외로) '주인공의 사랑'이다.

그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나른한 삶, 뜻하지 않게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과 위기, 그리고 그 사랑의 결말을 두고 여러 등장 인물들간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을 투영시킨 듯한 주인공 '플로리'를 보며 작가 스스로 제국주의와 조국 영국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았는지를 느낄 수가 있다.



플로리의 고뇌, 극복하기 힘든 운명같은 시대적 아픔

불안한 정치 상황 아래에서, 음흉하고 영악하기 짝이 없는 '악인'은 성공가도를 달리며 거칠 것이 없어보인다. 바로 권력(그 주체가 외부 세력이기 때문에 더한지도 모르지만)과 가까이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이유로, 권력을 가진 자는 대부분 이 세상에 악인의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많다. 하지만, 결국 '하늘은 공평하다'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자되는 문구처럼, 그 '악인' 역시 최고의 순간, 이제 더 많은 것을 누리거나, 지나온 세월의 잘못된 부분을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죽음 앞에서 모두 빼앗긴다. 조지 오웰의 의도된 연출이겠지만, 실제 인생도 대부분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플로리'의 자살 장면은 너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고국을 떠나 외로움의 끝에 선 인간에게 느닷없이 나타나 간절하게 원하던 '사랑'을 이룰 수 있기 직전,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을 때, 그 이유가 모두 자신의 외로운 시절의 행적 때문이라는걸 알게 되었을 때의 허무함이라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일까. 주인공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삽시간에 정리되는 결말 부분은 (비록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고 하더라도)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 사랑의 대상자 '엘리자베스'의 결혼 역시도.. 그러나 어쩌면, 그런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결말

그러다가 맞게 되는 급작스런 결말. 20회짜리로 기획된 드라마가 바닥을 헤매는 시청률의 고전 속에 이런 저런 사건들을 발생시키고 쭉 전개해나가다가 어서 빨리 12회에서 종방하라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책의 두께가 정해져 있으므로, 언제쯤 결말을 맺는지 물리적인 양은 포착할 수 있으나, 몇 장 남지 않은 가운데, 그 동안 펼쳐놓은 각 등장인물들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너무 뭉뚱그려 마무리 되어버린 듯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내용과는 다르지만 마치, '수많은 역경과 고난, 위기를 헤치고, 결국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어릴 적 봤던 동화와 만화들의 결말을 보는 느낌이랄까.. ;;



영국이 아닌 한국의 이야기이며 전 세계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

조지 오웰이 버마에서 보낸 시간들의 이미지가 너무도 강해서 그것을 어딘가에 쏟아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위키백과 인용)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1984』가 80년 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 현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만큼, 그 당시 버마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이었다.

제국주의가 비단 피지배국민(버마, 한국) 뿐만 아니라, 지배국민(영국, 일본)의 평범한 개인의 삶까지도 얼마나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면에서, 자기가 살아가던 시대의 모순과 악행을 정확하게 비판한 그의 태도에 찬사를 보낸다. 


[책 속]

우리는 우리의 두뇌가 명석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미 그릇된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두뇌가 뒤늦게 발달하여 자신들의 비참한 삶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이들이 겪는 비극 중 하나이다. _ p.93

(그것을 가리켜 우리는 철든다라고 한다.)


‘머나먼 오지에서 보잘것없는 봉급을 받으면서 30년을 보내고 난 뒤 술로 간이 망가지고 등은 파인애플처럼 쭈글주글해져 고국에 돌아온 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류 클럽의 귀찮은 시민으로 전락해 버린다.’ _ p.93

(각자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인생이라는 것이 거의 다 지난 뒤,-열정적으로 일을 하거나 또다른 꿈을 꾸거나 하는 젊음의 시기가 모두 지난 뒤- 단 두세 줄의 문장으로 정리될 만큼,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이 될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증거보다는 의심이, 수많은 목격자들보다는 명성이 더 중요한 모호한 갈등 구조 _ p.202


알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비교할 대상이 그 무엇도 없다는 뜻이다. 규명될 수 있는 질병에 걸린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_ p.


* 오자, 탈자 *

p.37, 8~9째줄 :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 '애' 누락

p.68, 7째줄 : 참새가 둥지를 서까래뿐 → 튼
p.180, 20째줄 :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보여 셈이라는 것을 → 준
p.239, 23째줄 : 그녀와 결혼하는 것만으로도 해도 → '중복 강조(?)', '것만으로 해도' 또는 '것만으로도'
p.338, 10째줄 : 자연스러운 소용돌(이)에 의해 밖으로 튕겨 나왔다 → '이' 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