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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mine/my life, my favorite

[politics] 18대 대선을 앞둔 단상.

by 뚜루망 2012. 12. 4.

‎'현재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고는 다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지금은 혁명을 계속 밀고 나간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농민에게 집산화를 강제함으로써 그들을 이반시킬 처지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편에서 싸우고 있는 중간 계급들을 놀라서 달아나게 할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능률을 위해 우리는 혁명적 혼돈을 일소해야 한다. 지방 위원회들 대신 강력한 중앙정부를 가져야 한다. 통일된 지휘 체계 하에 제대로 훈련받고 완벽하게 체계화된 군대를 가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통제를 받는 분산 세력들에 집착하며 앵무새처럼 혁명적 구호를 외치는 짓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것은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반혁명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분열을 낳고 분열은 파시스트들에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의회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 내전을 사회 혁명으로 바꾸려는 자는 파시스트의 손에 놀아나는 자이며,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반역자이다.'

-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프랑코 등의 파시스트에 맞섰던 자발적 시민,노동자 세력들 중에서 소비에트연방을 등에 업고 가장 큰 조직을 구성한 '노동자총연합(UGT; Unión General de Trabajadores)의 정치적 기관인 '통일사회당'이 당시의 정황에 따라 목적(전쟁에서의 승리)은 같지만 방식이 달랐던 여타 세력들(노동자당,아나키스트)을 규합하기 위해 내걸었던 노선을 조지 오웰이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


국제 정세, 국내 정세, 이데올로기의 종언 등 80여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가지 상황은 저 당시와 다른 점이 무수히 많겠으나, 인간들이 한데 모여 '정치'라는 것을 하는 이상, 짱구 굴리는건 매한가지인 듯 하다.


결혼이라는 것이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 대 집안이 엮이는 복잡 미묘하다고들 하는 것처럼, 대통령 선거라는 것도 결코 후보 대 후보 개인의 싸움이 아닌 '당'이라는 집단과 집단의 싸움인 이상, M 개인에 대한 것보다는 그를 둘러싼 민주당이라는 집단들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 인해서, 그들을 향한 신뢰는 이제 바닥에 조금 고여 있을 뿐이다. 조만간 다 마를 것 같긴 하다.


무엇 하나 가진 것도 없고, 무언가를 쟁취할만한 배짱도 없는데다가, 한 편에서는 똑같이 지저분한 작태들을 일삼는 이들이, 마치 자기들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 조그마한 그 무엇도 내려놓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노회한 핵심들(또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신출내기들까지), 스페인 내전 당시의 통일사회당과 달리 현재의 전쟁(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이 부패한 사회를 혁신시킬 힘이 그들에게 과연 있을까. 아니 의지는 있을까.

현재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책임이 그들에게는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제발 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세력/관할구역/돈 싸움질이나, 한 대 맞았으니 최소한 한 대는 꼭 때려주리라는 소인배같은 복수심 따위 말고,

진실로 진실로 반백년이 넘게 분열되어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백년지대계와 이를 위해 갖추어야할 정신, 문화 따위를 설파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준다면, 나의 빨간색 동그라미 한 표가 '불안'과 '미심쩍음'에다가, 최선은 커녕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듯한 '찝찝함'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다.